어느 순간, 우리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스며든 이야기들이 있다. ‘나의 해방일지’는 그런 드라마였다. 2022년 방영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지만, 2025년인 지금 다시 봐도 묘하게 더 깊이 와닿는다. 어쩌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숨 막히고, 더 답답하고, 더 해방이 필요한 시기라서일까?
20대에는 바쁘게 살았고, 30대에는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생각했지만, 40대가 되니 새로운 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산포시’에 갇힌 것처럼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발목을 붙잡는 현실이 있다. 그리고 그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구씨’ 같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내 인생에도 ‘해방 클럽’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1. 현대인들에게 ‘해방’이란 무엇일까?
드라마 속 삼남매, 염창희, 염미정, 염기정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방을 갈망했다. 창희는 경제적 성공을 꿈꾸었고, 기정은 사랑을 원했다. 미정은… 그냥 존재 자체가 버거워 보였다. “이렇게 태어난 게 수치스러워.” 라는 미정의 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까?
‘나의 해방일지’를 다시 보면서, 문득 2025년의 우리는 더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일상이 되었고, ‘퇴사’ ‘은둔형 외톨이’ 같은 키워드가 핫하다. 성공이든, 사랑이든, 심지어 그냥 살아가는 것조차 힘겨운 시대다.
그래서인지 ‘해방’이라는 단어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우리는 대체 어디서부터 해방되고 싶은 걸까?
2. 구씨, 그리고 ‘관계’의 해방
드라마 속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은 단연 ‘구씨’였다. 과거도 불분명하고, 감정 표현도 적었지만 묵묵히 미정의 말을 들어주고, 함께 걸어주고, 손을 잡아주던 사람. 그의 진짜 정체가 밝혀졌을 때도, 많은 시청자들은 충격보다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구씨 같은 사람이 내 인생에도 있다면?”
사실 우리가 바라는 해방은 완전한 고립이 아니라, 진짜 관계를 맺는 것 아닐까? SNS에서는 수백 명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속마음을 터놓을 사람 하나 없는 시대. 좋아요를 받고, 댓글을 주고받아도 진짜 위로받지 못하는 시대.
미정과 구씨의 관계는 그런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무언가를 꾸며내지도 않고, 서로를 평가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했다. 2025년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런 관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3. 나도 해방될 수 있을까?
드라마의 엔딩을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인 결말도 아니었다. 미정은 여전히 버거운 삶을 살고 있었고, 구씨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해방이란 어쩌면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면서 숨통을 틔우는 것.
나는 요즘 ‘나의 해방일지’를 다시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40대가 되면서 점점 더 많은 책임이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나 자신까지 잃어서는 안 되겠다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그렇다면, 당신에게 ‘해방’은 어떤 의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