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문득 옛날 생각이 자주 난다. 한창 바쁘게 살 때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틈이 없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그 시절의 감정과 순간들이 더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런 내게 최근 다시 보게 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우리들의 블루스’. 처음 방영할 때도 감명 깊게 봤지만, 이제 40대를 넘어서면서 다시 보니 또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삶을 버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 같은 작품이다. 처음 볼 때는 그냥 흘려보냈던 장면 하나하나가, 이제는 너무도 깊이 와닿는다. 40대, 50대라면 이 드라마를 꼭 다시 한 번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인생의 굴곡을 겪어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들이 가득 담겨 있으니까.
청춘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20~30대 시절에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 바쁘게 달렸다. 사랑도, 우정도, 가족도 소중하다고 생각했지만 늘 ‘나중에’라고 미뤄두기 일쑤였다. 그런데 ‘우리들의 블루스’ 속 주인공들을 보면 그때 놓쳐버린 것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특히 동석(차승원)과 선아(이정은)의 이야기는 가슴을 후벼 판다. 젊었을 때는 사랑 하나면 충분하다고 믿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현실에 부딪히면서 서로를 점점 잃어가는 과정이 너무 현실적이었다. “그때 우리는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나간 시간 속 내 모습과 겹쳐졌다.
그리고 한수(김우빈)와 영옥(한지민)의 관계도 그렇다. 한수는 늘 영옥을 사랑했지만, 결국 현실적인 이유로 다른 선택을 했다. 사랑만으로는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덜 아픈 건 아니다.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그 시절 나의 선택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부모가 된 후, 이해하게 된 감정들
젊을 때는 부모님이 왜 그렇게 잔소리가 많고, 왜 그렇게 걱정을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막상 부모가 되고 나니 그분들의 말과 행동이 모두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영주(배현성)와 정준(노윤서)의 이야기. 청소년 시절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선택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젊은 시절의 우리가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부모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내 아이가 저렇게 한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복잡한 감정이 밀려온다. 한때는 우리도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듯,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우리의 걱정을 이해할 날이 오겠지.
제주도의 바람처럼, 인생도 흘러간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제주도의 바람처럼 인생도 결국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과거를 후회해도, 어쩔 수 없었던 선택들을 떠올려도, 결국 우리는 다시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래도 계속 걸어간다. 이게 바로 인생이 아닐까?
고된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문득, 오래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가까웠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소원해진 사람들. ‘우리들의 블루스’를 다시 보고 나니, 그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졌다.
마무리하며: 다시 보기를 추천하는 이유
‘우리들의 블루스’는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와닿는 드라마다. 청춘의 끝자락에서, 부모가 된 후, 그리고 인생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을 때 이 드라마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혹시 지금 바쁜 일상에 치여 감정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면, 이 드라마를 다시 한번 보기를 추천한다. 어떤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올 수도 있고, 어떤 대사에서는 마음 깊숙한 곳이 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거다.
그러니, ‘우리들의 블루스’ 다시 한번 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