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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다시보기, K좀비의 원조 (재미요소, 명장면, 감동)

by rlawlsgml 2025. 4. 13.

 

 

한국형 좀비 영화의 대표작, 부산행. 2016년 개봉 당시에도 충격이었지만, 2024년 지금 다시 보면… 이상하게 더 울컥하고 더 재밌고, 더 현실적이다. 좀비물이 단순히 무섭고 긴장감 넘치는 장르가 아닌, 어떤 ‘사회적 은유’로 작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영화. 이 글에서는 K좀비 원조라 불리는 부산행의 재미요소, 명장면, 감동포인트까지—아무 말 스타일로 찐하게 풀어본다.

좀비가 무섭다고? 인간이 더 무서워 (재미요소)

부산행이 처음 나왔을 때 내 반응은 이랬다. “좀비 영화인데… 한국에서 한다고? 설마 국밥 먹으면서 좀비랑 싸우는 거 아냐?” 근데 아니었다. 아니었고, 너무 잘 만들었다. 기차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터지는 긴장감. 그게 진짜 장난 아니다. 칸막이 하나 넘어가면 바로 좀비고, 화장실에서 숨죽이고 있어야 하고, 스마트폰 진동음 하나에 인생 끝. 이게 공포가 아니라 현실이다. 재난은 항상 예고 없이 오고, 우린 늘 준비가 안 돼 있고, 시스템은 늘 무너진다. 부산행의 가장 큰 재미요소는 ‘빠른 전개’와 ‘예측 불가한 전환’이다. 심지어 내가 영화 보면서 “어 이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겠지~” 했던 사람이 죽고, “얘가 왜 살아남아?” 했던 사람이 마지막까지 간다. 이 예측 불가함이, 그냥 영화가 아니라 ‘경험’이 된다. 그리고 뭐다? 마동석. 이 사람 없었으면 좀비랑 싸워서 이길 수 없었다. 펀치 한방에 좀비 셋이 나가떨어지는 장면… 이건 영화가 아니라 만화다. 근데 통쾌해서 좋다. K좀비가 왜 재밌냐고?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들을, 만화같이, 근데 왠지 진짜 같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명장면은 ‘죽음’이 아닌 ‘선택’이었다 (명장면)

부산행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다들 다를 거다. 누군가는 마동석의 주먹, 누군가는 좀비들이 유리창 깨고 쏟아져 들어오는 장면. 근데 나한테는 딱 하나다. 공유가 딸을 기차에 태워놓고, 자신은 좀비화된 채로 기차 밖으로 걸어가는 장면. 그 순간, 눈물이 훅 났다. 좀비영화에서 눈물을 흘릴 줄이야. 근데 울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그 장면은 ‘죽음’보다 ‘선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끝까지 ‘사람답게’ 죽고 싶었던 아빠의 선택. 그 장면은 좀비보다 백 배, 천 배 더 무서웠다. 왜냐면 나도 언젠가 그런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 부모로서, 누군가의 보호자로서, 끝까지 남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 사실, 명장면이라고 하면 특별한 CG나 액션 장면일 것 같지만, 부산행의 명장면은 고요하고, 잔인하고, 아주 현실적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였어, 결국 (감동 포인트)

처음엔 그냥 좀비영화인 줄 알았지. 근데 이 영화, 다시 보면 좀비는 도구일 뿐이야. 진짜 공포는 뭐냐면,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생존 앞에서 누군가는 협력하고, 누군가는 배신한다. 그런 와중에도 누군가는 끝까지 품고, 지킨다. 아마 그래서 한국형 좀비영화가 해외와 다른 점이 여기 있는 것 같다. 헐리우드는 생존을 위한 싸움을 그리지만, 부산행은 생존 ‘속에서의 관계’를 그린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목숨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게 감동이야.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고, “뭐야 감성팔이 하네”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눈물 콧물 흘리며 보다가도, 기차 안에서 좀비 피하고 뛰는 장면에서는 숨이 가빠지고, 그런데도 다음 장면에서는 묘하게… 따뜻하다. 이질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이 혼란. 그래서 부산행은 단순히 ‘재밌는 영화’가 아니라, ‘보고 나서 생각나는 사람들’이 생기는 영화다.

 

결론 : 다시 봐도, 또 좋다

처음 볼 땐 긴장했고, 두 번째 볼 땐 울었고, 세 번째 볼 땐... 더 아팠다. 부산행은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라, 관계의 영화다. K좀비 장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시초이고, 그 중심엔 이 영화가 있다. 만약 아직 안 봤다면 꼭 봐야 하고, 한 번 봤다면… 다시 봐라. 다시 보면 더 보인다. 그리고… 좀 울 수도 있다. 그리고 괜히 엄마한테 전화하게 된다. "엄마… 잘 지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