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드라마가 있다. 첫 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밤이 깊고, ‘한 편만 더’가 ‘시즌 끝까지’가 되어버리는. "미씽: 그들이 있었다"가 딱 그랬다. 이 드라마는 미스터리, 판타지, 감성을 오묘하게 섞어내며 장르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니라, 실종자들의 이야기, 그들이 머무는 공간,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과 그리움을 담아냈다.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졌다가 차가워지고, 울컥했다가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 드라마에서 장르물이 늘 성공적인 건 아니다. 미스터리를 풀다 보면 개연성이 사라지기도 하고, 감동을 주려다 보면 흐름이 깨지기도 한다. 그런데 "미씽: 그들이 있었다"는 완벽하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완벽했다.
1. 두온마을, 그 신비롭고도 아픈 공간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든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두온마을이다. 보통 장르물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되기 쉽지만, 두온마을은 이 드라마의 핵심 그 자체다. 실종된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곳.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고, 죽었지만 죽은 게 아니다. 그들의 영혼이 머무는 공간이다.
이 설정이 너무 슬펐다. 보통 장르물에서는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게 목적이지만, 여기서는 그저 잊히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실종된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여전히 살아간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발견되길 기다리고, 진실이 밝혀지길 원하며,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을 애타게 찾는다.
2. 캐릭터들의 생동감, 그 매력적인 조합
드라마에서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스토리도 산다. "미씽: 그들이 있었다"는 그런 면에서 정말 탁월했다. 주연, 조연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하나의 우주였다.
- 김욱 (고수): 처음엔 장난기 많고 가볍게 보이지만, 점점 책임감을 갖고 실종자들을 돕는다. 성장형 캐릭터의 정석.
- 장판석 (허준호): 무게감 있는 존재감. 실종된 딸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의 아픔이 너무 깊게 다가왔다.
- 이종아 (안소희):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경찰. 감정선이 섬세해서 공감이 갔다.
- 신준호 (하준): 냉철하면서도 속은 따뜻한 경찰.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너무 몰입됐다.
특히 김욱과 장판석의 브로맨스가 정말 좋았다. 둘의 케미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마치 현실에서도 이런 관계가 있을 것만 같았다.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함께할 수밖에 없는, 상처받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그런 관계.
3. 미스터리와 감성의 황금비율
솔직히 장르 드라마는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 너무 미스터리에 집중하면 감정이 부족하고, 감성을 강조하면 긴장감이 사라진다. 그런데 "미씽: 그들이 있었다"는 이 두 가지를 기가 막히게 섞었다.
사건 하나하나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다. 각 실종자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어떤 이는 억울하게 사라졌고, 어떤 이는 스스로 사라졌다. 그 이야기들이 쌓이고 연결되면서, 단순한 ‘수사물’을 넘어서 ‘인생 이야기’가 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실종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살아있고 싶어 했다. 기억되고 싶어 했다. 잊히지 않기를 바랐다.
이게 너무 슬펐다.
우리는 흔히 실종 사건을 뉴스에서 보면서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그 사건들 속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있고, 그를 기다리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이 드라마는 그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다.
4. 장르물의 새로운 기준이 되다
"미씽: 그들이 있었다"는 단순한 수사물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미스터리, 판타지, 감성을 완벽하게 결합하며, 한국 장르물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 기존 장르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감성적인 접근
- 단순한 범죄 해결이 아니라 실종자의 이야기 자체를 조명
-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도 개연성을 유지하는 탄탄한 서사
이런 점들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제 장르 드라마는 단순한 추적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다룰 때 더욱 깊어진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솔직히 시즌 3도 나왔으면 좋겠다. 두온마을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