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 어느 날 문득 마음에 바람이 분다. 퇴근 후 조용한 거실, 아이 숙제 검사하고 커피 한 잔. 그런 저녁에 우연히 다시 틀어본 ‘갯마을 차차차’.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예쁜 드라마였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 걸까. OST가 흘러나오는 순간 눈물이 흐르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마치 내 이웃처럼 느껴진다. 이 글은 40대 블로거인 내가 다시 만난 공진 마을 이야기다. 가볍지 않게, 무겁지도 않게, 그렇게 따뜻하게 써본다.
음악이 흐르면, 그날의 마음이 다시 살아난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로맨틱 선데이’가 흘러나왔다.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이 멜로디… 어디서 들었더라? 그 순간, 바닷가 모래 위를 걷던 홍두식과 윤혜진이 떠올랐다. 그냥 OST일 뿐인데, 그 음악은 그때의 감정까지 통째로 데려온다.
40대가 되니 기억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한다. 어떤 노래는 그 시절의 햇살 냄새까지 떠오르게 하고, 어떤 멜로디는 그날의 허무함까지 끌어올린다. ‘갯마을 차차차’의 OST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다. 내 감정을 움직이는 버튼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없었던 마음’, ‘사랑이 시작되려는 순간’,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 그런 것들이 가사 없이도 귀에 맴돌았다. 특히 바다 앞 벤치에서 흐르던 슬픈 피아노 선율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감정을 만들어낸다.
지금도 블로그 글을 쓸 때, 가끔 그 OST를 틀어놓는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조금 더 따뜻해지고, 조금 더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느낌. 음악이란 게, 이래서 사람을 살리는구나 싶다.
감정이 지나간 자리엔 공감이 남는다
이 드라마는 웃음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보고 나면 눈물이 많아진다. 나도 울보는 아닌데, 공진 마을을 보고 있으면 울컥할 때가 많았다. 왜일까 생각해봤다. 내 삶이 이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윤혜진처럼 도시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 쓰고, 때론 냉정한 척하고,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 벽을 세웠던 나. 홍두식처럼 남들 도와주면서도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했던 나.
그리고 가장 크게 울었던 장면은 바로 홍두식의 트라우마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40대가 되니, 모두가 상처 하나쯤은 품고 산다는 걸 안다. 그걸 꺼내 보이는 건 용기가 아니라 절망에서 비롯된 마지막 구조 요청일 때도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런 아픔을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사람, 말 대신 따뜻한 눈빛으로 기다려주는 존재… 그게 사람의 온기 아닐까.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내 안의 ‘무덤덤한 감정들’을 하나씩 꺼냈다.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싶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위로가 아니라, ‘당신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조용한 동행일지도 모른다.
공진 사람들은 드라마가 아니라 진짜 같다
요즘 드라마 보면 주인공만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갯마을 차차차’는 다르다. 나는 한동안 참견쟁이 요정 미선이 생각났고, 똑부러진 여중생 보라가 자꾸 떠올랐다. 시장의 미용사, 경찰서장, 슈퍼 주인, 심지어 까칠한 기자까지… 모두가 살아있는 사람 같았다.
우리 동네 이름은 공진이 아니지만, 문방구 할머니도 있고, 말을 아끼는 슈퍼 아저씨도 있다. 그분들도 어쩌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연을 품고 계시겠지.
공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별 거 없어 보이지만, 그 작은 일상이 뭉쳐서 내게 삶의 온도를 가르쳐준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장을 봐주고, 누군가는 말없이 커피를 내려주고, 누군가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래도 잘 버티고 있네'라고 말해주는 그 장면들. 그게 다 내 하루에도 있었던 일들이었다.
블로거로서 수많은 장소, 트렌드, 정보들을 써왔지만, 사실 가장 반응 좋은 글은 이런 ‘사람 이야기’였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결국 관계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니까.
공진 사람들을 보며 나도 돌아본다. 나는 누군가의 홍두식이었나? 누군가의 미선이었나? 아니면 그냥 지나치는 엑스트라였나?
결론 : 요약
‘갯마을 차차차’는 단지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음악이고, 감정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지금 삶이 건조하게 느껴진다면, 그 마을의 바다를 다시 떠올려보자. 거기엔 여전히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고, 흘러가는 음악이 있고, 무너지지 않게 안아주는 대사 하나가 있다. 블로그에 감정을 털어놓듯, 당신의 하루도 그들과 함께 다시 살아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