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 편에 이렇게 홀려버릴 줄 몰랐다.
넷플릭스에서 ‘빈센조’를 처음 틀었던 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사실 기대는 없었다. 그냥 이탈리아 마피아? 약간 진부한 거 아냐? 싶었는데… 한 회, 두 회… 정신 차려보니 정주행 완료.
30대의 감정선, 현실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빈센조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하나의 해방구였다.
웃기고, 울리고, 때리면서 안아주는… 이게 드라마지. 오늘은 그 인기요소를 내 식대로 총정리해보려 한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서사와 연출
처음엔 유머로 시작했어. 금가프라자 식구들의 유쾌한 캐릭터, 톡톡 튀는 연출, 그리고 빈센조의 느끼한 ‘이탈리아식’ 복수.
근데 언제부터였지? 이 이야기가 이렇게 무거워지기 시작한 게.
빈센조는 이야기의 흐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예측 불가한 전개가 계속된다.
진지한 와중에도 꼭 웃겨야 직성이 풀리는 연출, 감독님… 당신 진짜… 최고.
특히 6~9화 사이, 그 전환점이 인상 깊었다.
그 전까지는 “이거 시트콤이야?”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면, 어느 순간 분위기가 ‘탁’ 가라앉으면서 잔인하고, 날카롭고, 진짜 복수극으로 바뀐다.
이게 바로 빈센조 스타일이다.
유쾌함과 잔혹함을 오가며, 시청자 감정선을 꽉 잡는다.
그게 너무 맛있어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내가 진짜 마피아 세계에 빠진 것처럼, 손에 땀을 쥐고 봤다니까.
게다가 카메라 앵글 하나하나, 색감 톤, 배경음악까지 완벽했다.
유럽 감성+한국 사회풍자라니. 이렇게 믹스한 드라마 또 나오겠나?
캐릭터가 미쳤다. 그냥 미쳤어
넷플릭스 드라마 중 이렇게 캐릭터 전체가 입체적인 건 처음 봤다.
주인공이 강렬한 드라마는 많지만, 조연까지 전원 미친 듯한 존재감이라니.
우선 빈센조 까사노. 송중기의 연기는 솔직히 이전엔 그렇게 몰입하지 못했던 나였다.
그런데 빈센조는 다르다.
그의 말투, 눈빛, 걸음걸이, 심지어 넥타이 매무새까지… 진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그 자체.
다정함과 냉혈함을 오가는 그 연기력, 소름 돋는다.
그리고 그가 왜 그렇게 복수에 집착하는지도 서서히 알게 되는 과정이 뭉클했다.
홍차영은 또 어떻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 여성 캐릭터.
엉뚱하고, 제멋대로지만 정의롭고, 무엇보다 웃기다.
그녀가 등장하면 화면이 환해진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외로운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현실에선 그런 사람 본 적 없다. 그래서 더 매력 있다.
장준우. 그 미소 뒤에 숨은 광기.
윤여정 선생님이 ‘미친 연기’라면, 옥택연은 ‘미소에 숨어 있는 악마’다.
다들 반했다. 악역인데 멋있어. 불편한데 끌려. 이런 양가감정, 오랜만이었다.
조연들도 말이야… 금가프라자 식구들, 한 명도 버릴 캐릭터가 없다.
특히 비둘기 ‘인싸’ 길버트, 요가 선생님, 피아니스트… 그냥 이 사람들이 있어서, 이 드라마가 사람 냄새가 났다.
대사 하나, 표정 하나, 다 박제감
빈센조의 진짜 힘은 디테일이다.
그 디테일이 말에 있고, 표정에 있고, 음악에 있다.
“악은 악으로 처단해야 한다.” 이거 그냥 드립성 대사인 줄 알았는데, 맥락 알고 다시 들으니 너무 강렬했다.
요즘 같은 사회에서, 정의는 종종 무력하다. 그래서 그런 대사 하나에 사람들이 사이다를 느끼는 거다.
홍차영의 “네가 악당이면 어때? 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악당이야.”
이거는... 거의 명언 아닙니까?
현실에서도 가끔 떠오른다. 어떤 사람의 진심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포장된 착함보다, 때로는 위험한 진심이 더 믿음직한 것처럼.
그리고 OST!
빈센조 음악은 클래식, 오페라, 힙합까지 믹스되는데 기가 막히다.
특히 빈센조가 혼자 걷는 장면에 깔리는 음악. 그때마다 뭔가 깊은 감정이 올라왔다.
감독님이 시청자 감정을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느낌. 이건 기술이 아니라 감각이다.
결론 : 우리 인생 드라마가 된 이유
넷플릭스에 드라마 많지만, 빈센조 같은 스타일은 또 없습니다.
웃기고, 무섭고, 슬프고, 뭔가 정의로운 척도 아닌데 통쾌하고.
30대 인생에서 이런 드라마는 가끔 필요합니다.
현실에선 말도 안 되는 일 많고, 정의는 약하고, 세상은 복잡한데
빈센조는 그걸 무너뜨리고 ‘우리편’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한 번 더, 아니 세 번 더 보세요.
매번 다른 포인트에서 감탄하게 될 테니까요.